임현택 수필가

불현듯 그리웠다. 나이 숫자만큼 세월이 달려간다더니 뒤돌아보니 아쉬움을 챙길 여유도 없이 멀리 와 있었다. 누군가는 공짜로 주는 나이라 냉큼 받아먹다 나이 들었다고 하더니 나도 어느 순간 계란 두 판의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문득문득 회상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괜스레 휴대폰 가득 저장된 사진을 훑어보는 일이 일상이다. 찰나의 시선이 고정된 사진들, 야광머리띠에 흰 장갑을 끼고 댄스 하는 사진들을 보다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충북문인들의 잔치인 충북문학인대회, 장기자랑 경연을 위해 우리 협회는 퇴근 후 운동장 야외무대에서 연습하기에 바빴다. 트로트를 부르면서 댄스도 율동도 아닌 것을 창작하면서 아코디언반주에 맞춰 모두가 심취했다. 지나가는 이들이 쭈뼛쭈뼛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우린 더 열심히 열렬히 온몸으로 답했다.

행사 당일, 야광불빛이 번쩍번쩍 빛나는 머리띠를 쓰고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 검은 바지와 흰 장갑의 무대의상은 최고였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양옆에 아코디언 연주자가 떡 하니 자리도 잡았다. 폼나게 댄스를 추면서 합창하면 일등은 따논 당상이라며 거만스럽게 입장을 했다. 요즘 아이돌그룹이 부럽지 않았다. 수없이 연습을 했으니 자신만만했다.

“짠짠 짜리라라”전주음악이 신명나게 흘러나오고 그에 따라 좌청룡의 여성 아코디언연주자 우백호의 남성 아코디언연주자의 연주는 장안을 휘감았다. 우린 열정을 다해 그간 연습했던 댄스와 노래를 관중 앞에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한껏 흥이 오른 무대와 관중들, 점점 합성을 지르며 손뼉치며 호응하는 관중들, 우린 흥에 겨워 더 열정적으로 흰 장갑 낀 손을 흔들면서 온몸을 불사르며 무대를 장악하고 마무리했다. 흘린 땀만큼 만족했다.

그런데 어째 이런 일이…. 노랫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반주 음악 따로, 아코디언 연주 따로, 노래 따로 모두가 엇박인지도 모르고 열심이었던 것이었다.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은 노래와 연주를 모두 제각기 온 힘을 다해 정열을 불태웠으니 그 모습에 관중들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박장대소 뒤로 넘어갔던 것이었다. 뒤늦게 동영상을 본 우린 쥐구멍이 어디 있느냐며 몸 둘 바를 몰랐다.

허나 그 순간 모두가 하나였다. 노래하는 이도 관중들도 모두가 엇박자 매력에 빠져 배꼽 빠지게 웃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웃을 일이 없는 세상, 개그콘서트가 사람의 마음을 한군데로 몰아넣어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것처럼, 야구나 축구경기에서 같이 응원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한 번쯤은 묻지도 따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듬어주는 것이 우리네 삶의 여유이지 싶다.

이따금 삶이라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형식도 정확성도 중요하겠지만 비록 엇박이어도 모두가 흥에 겨워 번잡하고 각다분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맛 아닐까.

우린 채우기에 바빴다.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더 들어갈 수 없이 넘치고 넘쳐도 명예, 욕구, 자산 등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혈안이 돼 있지 않던가. 꽃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한다. 그날, 충북문학인대회 장기자랑에서 배꼽 빠지게 웃었던 것처럼, 삶이 때론 엇박이어도 조금 더디 가더라도 호쾌하게 크게 웃어보는 여유와 사람의 향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엇박의 여유를 터득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날이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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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34회 충북우수예술인상 시상식 **

 

날짜 - 11월 25일

장소 - 청주 S컨벤서

수상자 - 임현택

 

이날 충북지역의 우수예술인들께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괴산예총소속으로 우수예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사무국장님과 함께~~

충북예충 김경식회장님께서 시상식을 하셨습니다.

 

 

김경식충북예총회장님과 함께~~

2022년 예술인으로써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오늘은

정말로 아름다운 날 이었습니다.

 

 

 

오늘처럼 좋은날 괴산예총회장님과 임원여러분들께서 축하 해 주시려 먼길 달려 오셨습니다.

모든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 2022년 6월 옥천정지용 문학관 **

옥천정지용 문학관을 괴산문인협회에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회원님들과 힐링을 했습니다.

 

지용생가 앞에서 또 한번 향수에 젖어듭니다.

 

회원님들 모두 생가에 앉아 해설가님의 해설을 들으면서 모두가 향수를 부르는 시 한구절을 음미하면서

감성에 빠져들었답니다.

 

강물이 흐르는 카페에 들러앉아 하염없이 돌아가는 시간을 잡고 

우린 추억만들기에 모두가 열정을 토해 냈습니다.

 

그리운날에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수필가

 

산허리에 둥글던 낙엽들도 빛바랜 노트처럼 누르스름하게 빛바랜 채 수북하게 쌓여 있다. 습관처럼 주말이면 오르는 동산, 바람 소리에 마음을 맡겨놓고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을 이고 다니던 동산에 오른다. 서걱서걱 따라오는 경쾌한 리듬,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매운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듬에 맞춰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묵묵히 올랐다. 잎이 모두 시들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몽환적인 빛 내림은 고단함을 잊은 채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헐벗은 잔가지에 매운바람이 일고 폭설처럼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 푸석푸석 헝클어진 파마머리처럼 어수선하다. 어디가 등산로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연신 웅덩이에 헛발을 딛는다. 마치 인생의 굴곡 같다. 경쟁하는 것도 아니건만 정상에 오르고자 바삐 서두르는 모양새가 젊은 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괜스레 겸연쩍어 미적거리며 서성였다. 유유자적 자유로이 오르면 좋으련만 정상 정복이 뭣이라고 앞만 보고 쉼 없이 오르는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정상이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흔들어댄다더니 능선을 타고 올라온 바람은 매몰차게 온산을 흔들어댄다.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며 사정없이 흩날리는 노거수, 사회적 서열인 피라미드 구조처럼 정상에서 당당하게 꽉 움켜잡는 노거수와 눈이 마주쳤다. 칼바람이 휘몰아치자 서글픈 속울음을 토해내듯 윙윙거리면서도 우뚝 서 있는 노거수, 귀촌한 등 굽은 지인을 닮았다. 노거수가 있는 정상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광은 피라미드 형태와 흡사했다.

어렵사리 입사한 사회초년생,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사회구조는 만만치 않았다. 우왕좌왕 마음마저 곤궁했던 시절 무조건 선입을 따라야 했고 그리해야만 되는 줄 알았다. 지인은 성실한 사명감으로 고충도 안으로만 삭히면서 회사생활을 했다. 본시 피라미드식 사회구조의 아래쪽에 자리한 삶은 힘들고 괴롭다. 때문에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의 사다리는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모두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고자 한다. 지인도 지독한 일벌레로 가장으로서는 뒷전이었고 항시 가정보다는 회사가 먼저였다. 때로는 삶의 목적이 경로 이탈했지만 경쟁사회에서 욕망의 사다리는 지칠 줄 모르면서 자연계의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처럼 피라미드 상단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높이 오를수록 재력과 권력을 쥐며“포식자(捕食者)가 되어 출세자가 되었다.

피라미드 상단 부분에서 안정된 회사생활로 성취한 삶을 추구했건만 계급 사회 현실은 냉정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외롭고 고독한 자리인지라 성공은 하였으나 홀로 있는 듯 외롭고 쓸쓸했다. 나뭇가지 끝처럼 맨 꼭대기 자리는 밑에서 흔들고, 밀고, 당기면서 안정 잡기가 어려웠지만 지인은 모루처럼 따가운 눈초리도 매질에도 무던히 견뎌왔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었음에도 감언설이 나돌면서 더 이상 욕망의 사다리는 올라갈 수가 없어 정년이 멀었건만 명퇴를 해야 했다.

공허한 삶의 연속 빈집 같은 명퇴는 모든 것을 병들게 했다. 가치관, 철학, 취미, 사색은 사치라 여겼던 자신의 삶, 욕망의 사다리를 벗어놓고 보니 허수아비처럼 모양새가 우스웠다. 자신의 삶보다는 회사의 삶이었다는 지인은 일벌레에 불과했던 부질없는 욕심이었단다.

명퇴 후, 겨우겨우 전원택지를 구입해 궁벽한 곳을 가꾸면서 번듯하게 만들며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모나고 각 졌던 마음도 둥글게 다듬으면서 세월의 깊이를 스스로 외면으로 말을 해주는 지인, 양팔을 쫙 벌려 늠름하게 꽉 움켜잡아 끄떡없이 중심을 잡고선 노거수를 닮아가고 있다. 나한의 모습처럼 자연과 사람을 품고서 말이다. 내려놓으면 편하다는 이 말을 터득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지인, 이젠 빈집에 소가 들어왔다며 넉살스럽게 말씀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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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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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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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저도의 대통령해상별장 *

저도의 명칭은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는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위치한 면적 43만 4181m2, 해안선길이 3,150m, 최고높이 203m이며 진해만 구산반도의 서쪽 끝에 있는 섬이다. 저도 안에는 천연기념물인 왜가리, 사슴뿐 아니라 해송이라고 불리는 곰솔, 노간주, 편백, 동백, 광나무, 푸조나무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 중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부터 일본군 통신소와 탄약고 등으로 쓰이면서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었고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방부 소유이다.[Daum백과]

 

금단의 섬 저도~~

대통령 별장엘 가려면 유람선을 1시간 30분정도를 타고 갑니다.

 

유람선을 타고 가다보면 아름다운 그 유명한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거제 저도유람선은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을 품고 있는 궁농항에서 출발하여 이수도까지 거제 북부 바다의 감성을 뿜어내는 해상관광코스입니다.

 

오랫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탓에 잘 보존된 자연자원과 일본군 잔존유적, 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휴가지라는 대체불가의 매력을 가진 곳이다. 지난 2019년 9월 17일부터 시범개방을 했다.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었고 1975년 진해시로 행정구역이 편입되었다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별장을 폐지하고 거제시로 행정구역을 환원하였으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2019년 9월 17일부터 1년간 임시 개방을 했다. 저도를 방문 할 수 있는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한 시간 반 정도 저도에 머물며 관광을 할 수 있다.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은 보안상의 이유로 개방 대상에서 빠져있다.[Daum백과]

 

청와대라는 청해대가 들어선 저도는 역대 대통령 휴양지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섬이었으나 47년 만에 동백림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비경산책로와 전망대, 해수욕장과 골프장 등이 모두 개방되어 산책하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곰솔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탐방 구간을 따라 저도 포진지와 탄약고로 발길을 옮긴다. 1936년 지심도 포대가 구축되기 전까지 가덕수로를 엄호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저도의 포진지 아픈 역사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아려 옵니다.

일본군의 탄약고~~

이길을 계단을 오르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 거가대교*

침매터널로, 4.5km 구간은 사장교와 접속교 및 육상터널로 건설되었다.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부산과 거제, 통영의 여러 관광지를 편하고 빠르게 둘러볼 수 있고, 낮에는 눈앞에 확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드라이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거가대교의 화려한 조명과 밤바다가 만들어내는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저도 탐방의 본격적인 시작인 계단구간을 오르면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뻗은 전망대에 도착한다. 3개의 원형공간이 절벽을 향해 층층이 겹쳐진 형태의 전망대 끝자락에선 거가대교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해군 함정이 정박된 부두를 지나면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를 주제로 한 병풍 모양의 조형물도 2월 설치가 완료되어, 관광객에게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왜나무 길을 지나면 사랑과 화합을 나타내는 저도의 상징, 연리지나무를 볼 수 있다. 활엽수인 말채나무가 침엽수인 소나무를 안고 있는 형상이 하트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별장의 골프장~

바라만 보고 있었도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안긴다.

산수가 수려한 곳에서 대통령께서 잠시나마 세상일 다 잊고 쉬어 가시는 곳으로 딱 인듯 합니다.

드넓은 연리지정원에서 만개한 벚꽃과 산책 나온 사슴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을, 초가을에는 붉은 배롱나무 꽃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너른 잔디처럼 마음도 풍요롭고 시원합니다.

절로 힐링이 되는 저도의 대통령 별장이었습니다.

한옥풍경를 소묘에 담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잠시 흘러가는 시간을 내려놓고 두눈을 감고 세월을 음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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