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 잣대 -- 임현택
외모를 인생을 살아가거나 성공하는 데 제일 주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의 열풍은 자기 관리라는 외피를 쓴 외모 지상주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다. 각종 미인 대회도 고전적인 반여성적 문화 코드를 상징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의 과도한 외모지향적인 경향이다. 모두가 외모지상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외모로부터 자신감을 얻고 또는 잃기도 한다. 몸에 장신구로 하나만 포인트를 주면 자신감 충만으로 당당해 지기도 한다.
여자인 나도 다를 바 없다. 특히 내겐 귀걸이가 그러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하지 않던가! 멋 내기 장신구인 귀걸이 여자들의 전유물이 이젠 아니다. 젊은 신세대 남성들도 귀걸이 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귀걸이는 조선시대 전부터 사용해 온 것으로 추정 되고 있다. 그때도 물론 귀를 뚫은 상태에서 귀걸이를 착용하였다. 바늘을 불에 달궈 귀를 뚫었는데 귀걸이는 귀족 즉 왕족을 표기하는 증표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귀를 뚫어서 미용은 물론 혈액순환이 좋아진다고 하여 남자들도 건강유지란 이유로 많이들 하고 있다. 실제로 성인남자들이 귀를 뚫어 편두통이 없어진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귀걸이가 아름다움만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구약성서에서는 귀걸이 하는 사람은 노예를 상징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종을 사고 팔 때 문서를 교환했다. 이른바 노비문서 신분을 확정하는 문서였다. 그 당시 주인에게 충성을 하며 성실한 노예가 있었다. 성실한 노예를 주인이 노비문서를 없애고 해방 시켜주었다. 그 노예는 주인의 은혜에 탄복을 해 함께 있기를 자청했다고 한다. 주인 역시 감동받았고 그 노예에게 자신의 재산과 집안일을 모두 관기하게 하였으니, 표시로 종을 데려다가 귀를 기둥에 대고 못을 박아서 귀를 뚫어 표시를 했다. 그 후 그를 종으로 부르지 않고 집사라고 불렀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진왜란 때 죽은 왜군과 조선군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조선인들의 귀걸이와 구멍이었다고 한다.
장시구인 귀걸이, 아들만 있는 집들도 예전과 다른 실랑이를 벌인다고 한다. 오십대에 접어든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아버지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엄마의 몫은 나머지다. 방학이면 그 짧은 머리에 염색을 한다거나 한쪽 귀를 뚫어 귀걸이를 한다고 떼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 한다고 한다.
수능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미용실로 달려가 귀를 뚫고 머리염색을 하느라 미용실은 북새통이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하는 짓이다 보니 어디 온전하기나 할까! 귀를 처음 뚫으면 진이 무르기도 하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모 몰래 일이 을 저질렀으니 오죽할까. 귓밥이 벌겋게 염증이 생겨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부모를 찾는다. 아들의 행실이 못마땅하지만 울며 겨먹기 식으로 염증을 막아준다는 보석함에 금 귀걸이를 내준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다. 아들은 수시로 엄마 보석함을 열어 종류별 귀걸이를 원했고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며 내 준다고 한다.
어릴 적 나 역시 다를 바 없었다. 화장이나 귀걸이를 하고 싶어 고3 겨울방학에 귀를 뚫고 화장을 시작했었다. 훗날 왼쪽 귀를 하나 더 뚫어 한쪽엔 두 개를 하고 다닌다. 몰래한 짓이다 보니 그것에 대한 만족감은 두 배였다. 호기심과 어른이 되고픈 순수한 마음으로 한 짓이지만 나의 대한 첫인상을 좋지만은 않았다. 불량학생, 문제아 혹은 까불이라는 인상을 심어줘 한동안 애를 먹어 귀걸이를 빼 놓고 다니기도 했다.
신체의 변형을 가하는 성형도 아니고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지도 않으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귀걸이. 작은 장신구로 멋을 낼 수 있는 방안이기에 남녀 구분 없이 널리 선호하고 있는 거다. 똑같은 길을 걸어오는 아이들의 심정을 꿰차고 있으면서 반대 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도 별수 없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닌 척 외면하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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