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않는 끈 - 임현택

 

육년하고도 두 달을 품고 다녔다. 스마트한 세상, 겉치레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늘 생각했다. 고유한 취향이 담긴 특성, 개성이 있어 만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추억의 흔적을 자박자박 따라가야만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꼭 필요한 존재로 내 품에 둥지를 틀었고 표 나지 않게 세월을 켜 안아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눈부시게 맑은 날의 기쁨, 억새가 춤추는 날의 그리움도 그리고 칼바람 같은 아픔도 그렇게 소통을 하며 동행 했었다.

 

오랜 동거생활 힘겨워는 지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자꾸 생긴다. 자잘한 상처들을 치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병에 걸린 냥 치료가 되지 않는다. 싫증이 난 것도 지친것도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치유하지 못해 그간의 동거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야만 했다. 동고동락했던 휴대폰 말이다.

 

여러 번 수리를 해 사용했다. 이제는 더 이상 부속품이 없단다. 고쳐 달라 떼를 쓸 수도 없고 현실에 발맞추어 선택에 여지없이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해야 했다.

휴대폰은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다. 슬림에서 홀더로 그리고 슬라이드형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 후 많은 인기를 끈 터치 폰, 그야말로 인기대세다. 애플사의 아이 폰을 시작으로 터치 폰인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핸드폰의 세련된 디자인도 빠른 속도로 변모해 왔다.

 

젊은이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바꾼다고 하니 그에 맞춰 기업에서도 발 빠르게 발전을 하고 있음은 당연다. 나는 걷고 있는데 세상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달려가고 있었으니 기능은 물론 부가서비스도 상상 못할 정도로 우수하다. 고가의 스마트폰의 출시는 핸드폰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컴퓨터다. 아니 세상을 손바닥 안에서 모두 보는 것은 물론 세상 모든 이와의 소통 할 수 있는 기계다.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듯 속으로 덜컥 겁이 난다. 저속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다시 입력할 생각에 손바닥엔 진땀이 난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있을 무렵, 기능이 바닥을 드러낸 고장 난 핸드폰을 컴퓨터에 연결하여 내장에 입력된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옮겨놓는다. 전화번호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까지도.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휴대폰을 교체하면 하나하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서 번호마다 거미줄 같은 수많은 사연들을 그리워했고 또 잊고 있던 추억도 되살려 올렸었다.

 

졸업선물로 혹은 입사선물로 값비싼 휴대전화를 부모님께 선물 받았고 귀한 전화는 보물 일호였다. 요즘 휴대폰이 없다면 믿기나 할까. 아이들부터 휴대전화 소유를 당연하다 생각하고 없으면 이상하여기는 시대다. 험난한 시대 언제부터인가 아이들보다 부모들의 안달로 휴대전화는 당연한 물건이 되었다.

 

문밖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옷차림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휴대폰역시 그러했다. 오래된 내 휴대전화를 꺼내면 시대에 뒤떨어진 취급은 물론 구두쇠라 놀리기도 했었다. 음성통화 위주로 핸드폰을 사용했고 기껏해야 문자메시지 발송과 사진 몇 컷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기계치인 나도 스마트폰으로 교체를 한 것이다.

 

우리 집에 한번 물건이 들어오면 쉽게 나가는 예가 없다.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사용을 하다 보니 누구는 나보고 골동품, 촌닭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뒤돌아봐도 딱 맞는 별명임에 틀림없다. 이런 내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몇 번을 시도해야 한다. 글자를 입력하다 자칫 다른 곳을 스치기라도 하면 초기화된 화면, 전화를 받으려면 터치나 옆으로 밀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아 끊기고 만다. 다른 기능은 엄두도 내지 못 한다 혹여나 삭제 될까봐.

 

고속으로 달리는 숨 가쁜 세상 속에 잠시나마 혼자 사색하고 마음을 비우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구속하는 핸드폰, 분명 애물단지 같은 물건임을 부정을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수신제한을 벗어나기는 기본이요 노후 된 기능은 동영상도 사진화질도 바닥으로 곤두박질 이다보니 자연스레 고물취급을 받았던 내 휴대폰, 언제나 손끝에서 기쁨과 아픔을 동반 했는데 주머니 깊숙이 넣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 않았다. 고물을 없애 으나 후련함보다는 멍한 마음만 남는다. 그날 밤 서랍 속에 또 하나의 추억을 묻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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