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뭐니 뭐니 해도 빨래는 손빨래를 해야 개운합니다. 비누칠로 문대어 바득바득 치대 빨아서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려야만 빨래다운 빨래를 한 것 같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지난여름엔 빨래 한 번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세탁기, 짤순이를 동원해도 되겠지만 제 직성에 맞지 않았지요. 마음 한구석 찌뿌드드했던 것은 빨래에 연유되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세탁물처럼 쌓여만 가는 원고뭉치도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였지요.
빨래를 하였다 해도 차마 빨래 줄에 내걸기 부끄러운 속옷 같은 쑥스러운 글들……. 오랫동안 묵힌 글들을 언제까지 서랍 속에 숨겨둘 수만 없었기에 더욱 애가 탔습니다. 과일도 제철에 먹어야 맛 나는 것처럼, 계절 따라 갈아입어야 하는 옷처럼, 글도 때맞춰 내어놓아야 격에 맞는가 봅니다. 차곡차곡 개어두었던 철지난 옷가지들은 유행이 지나갔고 더러는 곰팡이가 났더군요. 다시 꺼내어 손질을 하고 매만져,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외동딸 시집보내듯 졸작을 모아 세상에 내놓습니다.
글의 소재가 되었던 것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지 친구들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운 고향의 친정 부모님과 동생들은 영원한 저의 후원자들이었기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제가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할 삶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그들이며 그들의 책입니다.
그동안 지도해주신 박영수 선생님, 김홍은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쾌히 출판을 허락하여주신 찬샘 출판사와 해설을 써주신 최준선생님, 찬샘의 반숙자 이정희 강희진 편집위원 여러분께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2011년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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