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對話)는 문자 그대로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행위나 그 이야기를 뜻한다.
과연 우리는 마주보는 상대방을 제대로 배려하며, 뜻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말하기 또한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헤아려 볼 일이다.
이제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회사를 살리려는 선수와 코치는 상황에 따라 어떤 대화 기술을 구사해야 하는지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들어야 할 때 _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얘기를 차분히 들어라
우리는업무를 둘러싸고 매일매일 대화를 한다. 지위나 계약에 따른 수직적 의사소통, 성별이나 협상에 따른 수평적 의사소통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복잡한 형태로 오간다.
공식 회의, 프레젠테이션, 보고에서부터 비공식인 메신저나 잡담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하려면 반드시 대화를 해야 한다.
인간은 대화할 때 듣는 능력의 4분의 1만을 사용하고, 들은 내용 가운데 10분의 1만이 기억에 남는데, 이마저도 들은 지 8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상 잊어버리고, 특별한 동기가 없으면 결국 95%를 잊어버리게 된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말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일본 비즈니스 강사 나카지마 다카시가 듣는 기술에 대해 분석해 놓은 책이다. 더욱 재미난 점은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만큼은 잘 잊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 아는 내용이라도 차분히 듣는 것, 들으면서 핵심을 간파하고 기록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 자세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누구에게나 배운다는 자세를 가질 때만 가능하며, 차이를 수긍할 수 있는 대화자의 열린 마음을 보여 준다. 협상이나 회의를 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상대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자기 생각을 옹호하기 위해서라도 세심하게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사관이 용의자를 조사실에 불러다 놓고, 바로 심문하지 않은 채 일부러 오랜 시간 혼자 방치해 두는 장면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얄궂게도 사람은 상대가 침묵하는 동안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다. 긴 시간 동안 나쁜 결과를 떠올리던 용의자는 제 풀에 꺾여 자백하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하게 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고를 마친 부하는 상사의 짧은 침묵에도 가슴 졸이며, 꾸지람을 끝낸 상사는 부하의 짧은 침묵에 금세 언짢아지고야 만다. 듣는 동안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했다면,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반응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빠르게 반응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BBC에서 오랜 세월 앵커로 일해 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빌 맥파란은 대화에서 '분홍 코끼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홍 코끼리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 부정적인 어휘나 표현이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 드린 건 아닌가요" 대신에 "아직 일하고 계실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대화에서 특히 첫마디는 상대방 이야기를 긍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거절해야 할 때_ 거절의 미학, 선택권을 상대에게 넘겨라
긍정적인 대처란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한다는 것이지 내 주장을 무조건 꺾으라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요구에 딱 부러지게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단호하되 부드럽게 거절하라는 말이 듣기에는 쉽지만 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정색을 하고, 쏘아붙일 필요는 없지만, 괜스레 돌려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사람은 모두 자기 중심적이므로 상대가 이만하면 알아들었으려니 하는 것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다. 냉정하게 핵심을 전달하고 긍정적으로 대답하라.
예를 들어 상사가 과중한 업무를 맡길 때, 큰마음 먹고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죄송하지만 지금은 못합니다. 보시다시피 일이 많잖아요."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왠지 내뱉은 사람의 기분도 찜찜하고 상사의 마음도 상할 수 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내일 끝나니까 모레부터 착수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면 마치 상사에게 선택권을 넘겨 준 것처럼 보이면서도 당장 새로운 일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거래처나 고객을 상대할 때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은 마음속에만 품고, 상대에게는 여러 가지 조건의 대안을 제시하여 결국 '바로 그것'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비판해야 할 때_ 비판하기도, 비판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업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비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설득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비판은 은밀하게 해당 문제로만 집중시켜서, 한번만 대안을 제시하고 위로의 말로 끝낼 것을 제안한다. 특히 상사 처지에서 부하를 질책하다 보면,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던 부하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참고 현재 발생한 문제에만 집중하여 한번만 따끔하게 지적하고 말아야 한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고, 문제는 내 속에서 찾아야 하는 법이다.
사태가 벌어진 후, 무엇을 잘못했는지 미주알 고주알 풀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최상의 질책은 최고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뼈아픈 반성은 살가운 위로에서 나온다.
자, 이제 반대의 상황에서 우리는 비판을 들었다. 업무 처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상사일 수도, 서비스에 불만을 토하는 고객일 수도, 납품에 항의하는 거래처일 수도 있다.
『위대한 화술가의 조건』에서는 사과(Regret), 해명(Reason), 처방(Remedy)이라는 3R 방식을 제안한다. 실수를 덮고 싶고 억울하기도 한 마음에 입이 간지러워도 첫 단계는 사과다. 첫마디의 사과로 상대방의 마음이 누그러지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내 말을 들을 준비를 갖추게 된다. 해명이 먼저 나가거나 어설픈 처방으로 은폐하려는 행위는 분노를 촉발시킬 따름이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한 후에 어떤 사정이나 이유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수습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보고해야 할 때_ 단순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수치와 근거를 대라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를 비롯하여 대화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게 하는 것이 좋다.
UCLA의 알버트 멜러비언 교수는 대화할 때, 상대에게 주는 인상의 55%가 몸짓, 38%가 이야기 방법에 의존하고, 이야기 내용은 고작 7%의 비중만을 차지한다고 밝혀냈다.
말하는 본인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라고 해서 길게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짧고 명쾌하게 상황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프레젠테이션 도구, 보고서 한 장이나 요약본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핵심은 맨 앞에 두거나, 아니면 맨 뒤에 두어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도 좋다. 사용하는 낱말은 모두 쉬운 것이어야 한다.
지시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핵심만 전달하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두면, 대화의 혼란으로 중요한 업무가 엉망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험 없는 부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진행이 순조로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로저 도슨의 『설득의 법칙』에는 감정적인 호소가 설득의 무기라는 주장에 대해 믿을 만한 연구결과가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성이든 감성이든 '그때그때 달라요'가 정답인 셈이다. 어느 경우든지 수치를 근거로 논리적인 개념도가 떠오르게 하거나 딱 맞는 비유로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면 단순해야 한다. 이해는 이성과 감성 모두 반응해야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기본_ 개인적인 친밀감을 심어 주고 감정을 이입하라
영업, 프레젠테이션 등 특수한 상황에서나 일상 대화에서 가장 저변에 깔려야 하는 것은 친밀감이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만 논리와 감성을 무기로 한 설득도 먹힐 것이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동료나 선후배 사이에서 좋은 말이 오가기는 힘들다. 특히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나 사이에 공감대를 차근차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것부터 공감대를 키워 나가면 큰 것까지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관성의 법칙'이기도 하다.
여러 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대중을 상대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개인적인 친밀감을 북돋는다고 생각하고 용어 사용이나 시선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영업을 할 때도 물건부터 팔기보다 유대감을 쌓고 개인의 가치에 집중하는 영업 직원이 성공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칭찬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친밀감을 쌓는 비결이다.
유명한 시구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꽃이 되듯이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확인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다. 칭찬도 기술이다. 추상적인 미사여구보다 구체적이고 의외로 다가오는 칭찬이 상대의 마음에 다가간다.
대화는 말이 많은 사람이 고수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 하수인 경기장이 아니다.
대화의 기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대화는 진심으로 하는 것이다. 진정한 선수는 잔머리와 얕은 기술로 승부하기보다 뜨거운 마음과 깊은 내공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닐까.
또한 상대방은 나와 같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이 세상에 내 생각을 오롯하게 아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며, 대화하는 상대방 역시 그러하다. 역사학자 테오도르 젤딘이 말했듯이 "사회적인 불화의 주요한 원인은 이기심이나 탐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 오늘날의 영웅은 정복자나 모범을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격려를 주고받는 존재, 상대에게 귀 기울일 줄 아는 존재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소통 방법은 대화일 것이다.
Tip_ 남녀별로 알아본 대화 기술
남녀 직원에게 말하는 방법, 각각 달리하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녀 사이의 대화로 골치를 썩는 직장들이 많다. 상사와 부하, 동료 그 어느 사이더라도 남녀는 대화하는 방법이 다름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한편 이제까지 직장의 대화 방식이 지나치게 남성 일변도라는 여성들의 비판도 일리가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를 쓴 존 그레이는 직장생활에서 남녀의 차이점 몇 가지를 들었다.
종종 남성들의 눈에 여성들이 업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일 때,
여성들은 단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부탁하거나 지시한 일에 남성이 투덜대는 것처럼 보여도 거절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문제에 대해 공유하려고 할 때 남자는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남성이 문제에 봉착한 듯 보일 때 여성은 남성이 요구하지 않은 제안을 앞서 한다.
간단한 일에서부터 여성이라면 남성에게 직접 부탁하는 연습을 하고, 남성이라면 여성의 감정에 동의를 표시하는 습관을 들여 보자. 남녀 각자가 성차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직장이야말로 개인과 조직 모두 행복한 일터가 될 것이다. 동성 사이에도 사람마다 뛰어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성별 사이의 작은 차이는 양성의 배려로 충분히 좁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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