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테 안경

아무리 살펴봐도 없다. 그 남자는 검은 뿔테 안경에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중후한 멋이 풍긴다. 남자의 눈을 뚫어지게 봐도 빛이 반사되지 않는다. 잘못 본 것이라 여겨 곁눈질로 보고 또 보아도 안경알이 없다. 모두가 궁금하던 터에 문우가 조심스레 연유를 묻는다.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콧등의 안경을 치켜올리며 넉살스레 말을 잇는다. 알 없는 안경은 또렷한 눈매와 짙은 눈썹으로 강한 첫인상을 변신시키려 가족이 권유하여 쓴단다. 그 남자는 알 없는 안경에 머플러와 청바지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안경을 치켜올리는 모습에 불현듯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학창 시절 안경 쓴 친구가 모범생처럼 보여 부러웠다. 하얀 카라의 교복과 검정 뿔테의 안경 쓴 모습은 어느 표지 모델처럼 멋스럽다. 창문에 서서 턱을 괴고 흘러내리는 안경을 검지로 끌어올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화보이다. 안경원마다 붙은 유명 연예인의 화보는 풋풋한 감성이 넘치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철없던 그때 안경의 불편함보다는 외모가 우선이다. 안경을 쓰려고 부러 눈을 비비고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부모님께 토로하지만 소용없다. 부모님은 나의 속셈을 아셨는지 앞자리로 옮기는 것이 상책이라며 들은 체도 않는다.
그 남자처럼 알 없는 안경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때이다. 안경값도 만만치 않으니, 안경으로 멋 내기는 글렀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고 외려 선생님 턱밑에 앉아 꼼짝달싹도 못 하는 신세가 된다. 선생님 코앞에서 딴짓도 부리지 못하니 마음만 복닥거린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손끝에서 멀어져야만 잘 보이는 나이이다 보니 매사 불편한 일이 많아진다. 나이 듦에 따라 시력 저하로 애면글면 속이 탄다. 자연스레 안경은 필수품이 된다. 이제는 안경 쓰고도 잘 보이지 않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만 한다. 노안으로 서러운 마음이 앞선다.
안경은 다양한 멋으로 이용된다. 시력을 보정하고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용도만이 아니다. 그 남자처럼 외면에 나타나는 인상을 변신시키는 용도로 알 없는 안경을 착용하기도 한다. 가방과 구두로 개성을 연출하지만, 그 남자의 알 없는 안경처럼 패션의 중점을 두기도 한다. 그 남자는 알 없는 안경 하나로 외면과 삶의 자신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패션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강렬하고 세련미를 돋보이는 감각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그 남자의 패션도 마찬가지이랴. 안경테 하나로 차갑고 강한 인상을 유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이유이리라.
그 남자의 알 없는 안경은 패션 감각의 유다른 멋이다. 노년의 길목 젊음과는 또 다른 세계이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위한 여유롭고 품위를 추구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나만의 멋스러운 스타일을 찾아 새로운 활력을 찾은 모습이 당당하다. 단점을 감추는 데 집중하지 않고 장점으로 부각하는 지혜로운 패션이 도드라진다. 작은 소품 하나로 그 남자처럼 자신감 있는 태도는 내면의 세계이리라.
안경 패션도 자신감이랴. 눈웃음을 띤 반달 모양의 눈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한다. 반면 시선을 맞추기가 어색한 부리부리한 눈은 안경으로 커버하는 이도 있으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외모가 곧 능력이나 성격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간혹 남다른 패션을 따라가다 보면, 외모지상주의로 빠져들기도 한다. 현대인의 외모지상주의는 사회적 편견과 아픔, 고통이 동반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외모를 향한 강한 열망은 패션으로 자신감을 회복하여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한다. 누구나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랴. 사회에서 외모를 두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외모에 집착하다가 진정한 내면을 놓칠까 염려된다.
알 없는 안경이 돋보인다. 뿔테 안경으로 강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며 자존감을 높이는 그 남자. 외모만을 위한 패션이 아니다. 뿔테 안경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내면과 외면을 갖추고 거리로 나온 그 남자가 진정한 유다른 멋이랴. 내면은 말하지 않아도 인격과 성향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법.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매사에 자신의 자신감을 고취하는 일이 효율적이리라. 거울 앞에서 나의 외모와 내면을 바라본다. 외양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랴. 얼마나 진취적이고 강한 의욕을 품고 있는지를 순수하고 겸손한지도 보인단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진정한 내면의 세계는 어떤 시선인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