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시 그리고 수필

양은냄비와 기다림

임현택 (아리수) 2014. 10. 22. 23:39



양은냄비와 기다림 -- 임현택

 

  ‘커피와 물은 셀프 어디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주유소도 이젠 셀프시대다. 서민들의 목을 조이는 기름 값, 당연 운전할 때마다 주유게이지판에 시선이 간다. 조금이라도 장거릴 갈 상황이면 오금이 저린다.

  하늘 높다 해도 그렇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기름 값에 주유소마다 인권 비 절약 차 셀프주유소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요즘, 더 저렴한 기름을 위해 셀프주유소가 대세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기름 값,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기름을 넣을 요량으로 십 원이라도 싸다싶으면 그 주유소 문전성대시다. 당연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사람들이 저렴한 셀프주유소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원 없이 무려 몇 십 원 차이가 나는 주유 값에 나 역시 셀프주유소로 진입했다. 주유 기계 안내 멘트대로 누르고 주유 손잡이를 잡고 주유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무거운 주유기. 어설프게 주유입구에 넣었지만 주유가 되질 않아 다시 시도를 했다. 그러나 또 기름은 나오질 않고‘덜컥’소리가 나는 동시 주유 완료 영수증이 나오면서 끝났다고 흘러나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낭패였다. 우왕좌왕 이것저것 눌러봐도 소용없고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줄지어 서 있는 차량에 당황해진 손길은 덜덜 떨리고 머릿속까지 멍하게 만든다.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로 찾은걸 후회하며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며 셀프시대를 질책했다.

  머뭇거리며 몇 번 시도를 하니 시간이 지체되자 기다림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 양은냄비 근성에 젖어있는 우리다. 언제부터 이었던가? 조선의 선비정신이란 점잖고 의연한데서 비롯된다. 아무리 바빠도 서두르지 않았다. 소나기가 쏟아져도 뛰는 법이 없던 우리 선조들의 선비정신이 퇴색하게 된 것이 일제 때문이 아니었는가 싶다. 압박과 설음으로 식민지 생활을 겪던 시절. 총칼 아래서의 강제 노역이 근원이 아닐까? 그리고 새마을 사업이다. ‘잘 살아보세’란 구호 아래 근검절약하며 부지런함을 외치던 때가 있었다.

  뒷사람들은 더위와 기다림에 짜증이 났나보다. 차가운 목소리와 경적소리에 황급히 달려온 주유원직원은 내차를 옆으로 빼놓고 다음 차량을 먼저 주유하곤 주유원과 다시 시도를 했다. 주유를 하면서 주유기가 무거워 다시 잡으려 주유기에 꽂았다 빼면서 주유기의 센서를 건드려 주유와는 상관없이 완료 영수증이 나왔다는 것이다. 핸드폰도 걸고 받는 게 전부인 내게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대에 발맞추려니 머리도 몸도 따라 주질 않고 어설프다.

우린 무인판매나 셀프보다 누군가가 나에세 서비스를 해 주길 바란다. 이제껏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왔고, 또 그런 것이 당연했고 그것이 몸에 익숙해진 우리다.

  주유소는 물론 식당들도 점점 셀프로 변경하고 있는 현실. 운전자들이야 조금 저렴한 기름을 채울 수 있어 좋다지만 반면 그곳에서 일하던 젊은이들 혹은 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학비를 보태보려 밤, 낮으로 아르바이트 하던 학생들은 또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단 말인가.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이 즐비한 요즘 또다시 실업자들은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삼복더위에 찬 생수를 안겨주면서 차창을 닦아주던 그들. 검게 그을린 얼굴엔 언제나 미소가 가득했고, 칼바람이 부는 날 입김으로 호호 손을 녹이면서도 언제나 밝게 대하던 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 아르바이트생들. 셀프는 그들의 또 다른 아픔이다.

  요즘 거리에 나가면 ‘반값, 반값’을 외치는 대학생들을 본다. 대학교의 운영상황이나 정치적 이슈는 차체하고라도 그들이 분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점점 잃어가는 아르바이트자리이가 아닌가 한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등록금은 인상되고, 학생들의 입장을 백번 이해하겠다.

  주유소도 셀프, 식당도 뷔페를 선호하고 대형마트도 자율포장으로 직원이 감소되고 편의점도 CC TV설치로 많은 종업원이 필요가 없다. 셀프로 인해 점점 좁아진 취업문. 피 끓는 젊은 세대들 자신을 열정을 제대로 펴 보일 무대를 앗아가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렇게 양극화된 현실. 누군가 웃고 있다면 보이 않는 곳에서는 울고 있다는 어두운 현실에 아픔이 무겁게 짓누르는 건 우리 아들들이기 때문이다.

  셀프시대가 들어서면서부터 중년이상에 접어든 이들에게 다소 불편한 셀프, 기차처럼 셀프주유소는 언제나 길게 늘어선 차량들로 혼잡스럽다. 여러 번 방문으로 이젠 능숙하게 주유를 한다. 멀리서 봐도 서툰 동작으로 주유를 하고 있는 초보. 더디지만 그때 나를 생각하며 못 본 척 기다려준다.